낭만을 위해/술

시게야(sigeya), 대구

글몽인 2021. 12. 1. 14:58

* 가게 리뉴얼 전 사진 첨부

딱 1년 전, 추운 겨울 따뜻한 음식을 먹자는 친구의 부름에 대구 종로에 갔다. 일본 거리에 있는 동네 술집 같은 가게 외부는 정말 예뻤다.

밖에서 보았을 때 가게가 작고 조용해서 안이 궁금했다.

한 줄로 늘어서 있는 바형 테이블에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을 먹고 있었다.

추운 바깥 날씨와 대비돼서 그런지 실내가 더 포근하고 아늑했다.

첫 안주로 따뜻한 국물이 있는 어묵탕을 주문하고 나는 하이볼을, 친구는 맥주를 한 잔 시켜 마셨다. 우리가 흔히 먹는 한국의 어묵탕과 달리 시게야에서 판매하는 일본식 어묵탕은 어묵 자체에 더 신경을 쓴 것 같아 깔끔하며 담백했다.

그때 당시엔 좁은 공간 탓에 한 테이블당 2시간이라는 제한이 있었는데 리뉴얼된 이후는 따로 없는 것 같기도 하다. 2시간을 알차게 사용하기 위해 친구의 추천으로 오징어 진미 튀김이라는 음식을 주문해 보았다. 

진미 오징어튀김

오징어 튀김도 아닌 진미 튀김은 처음이었는데 얇아서 그런지 느끼하지도 않고 계속해서 손이 갔다. 

맥주를 한 잔 더 주문하고 진미 튀김을 먹다 보니 감자튀김과는 다른 매력으로 부담 없는 안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손님들은 주로 일본 튀김 요리인 쿠시카츠를 드시는 듯했지만 우리는 진미 튀김을 시킨 걸 후회하지 않았다. 

시게야는 여행을 간듯한 기분도 들게 하고 겨울이어서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많았다.

특히 특유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 꼭 다시 방문해야지라는 다짐이 무색하게 1년의 시간이 지났다.

최근에 간 시게야는 리모델링을 하여 가게 안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물론 더 많은 사람들이 착석할 수 있어 효율성은 높아졌지만 내가 좋아하던 그 특유의 시게야 분위기는 사라져서 아쉬웠다.

여전히 조용한 분위기는 지속되어 있지만 조금은 평범해진 식당이 되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주문한 야끼소바와 고로케 그리고 미소된장국은 깔끔하게 맛있었다. 다만, 첫 방문에서 압도당한 분위기가 사라져서 그런지 또다시 내가 방문할 날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리뉴얼 전 시게야의 분위기를 가진 따뜻한 술집을 찾고 싶다.

카페든 술집이든 편안함, 아늑함, 따뜻함이 내가 추구하는 취향적 공간인듯하다.


시게야(Sigeya)

오후 6시 ~ 11시 30분 (일요일, 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