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6/1(수)_김영하 강연 / 윤고은, 강화길 강연
3년 만에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했다.
이전보다 공간의 크기와 출판사 부스의 수는 줄었으나 참여자는 늘어 사람이 많이 몰렸다.
책과 관련한 행사에 갈증이 있었던 독자들이 많았던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책과 티비로 자주 보었던 김영하 작가님을 직접 뵈니 감회가 새로웠다. 사전 예약을 하고 가 앉아서 작가님의 강연을 들었다.
김영하 연사 : 책은 건축물이다.
그저 ‘잠을 자는 곳’에 불과했던 집이 코로나 기간 동안 심리적 안정을 주는 휴식처이자 몸을 보호할 수 있는 피난처 역할을 하며 중요성이 커졌다.
동시에 팬데믹 시기에 책의 매출이 올라 출판시장은 호황이었다.
밖에서 사회생활이 불가해지고 사람들과 실제로 대화를 하기 힘들어지자 사람들은 집과 책으로 도피하여 저자와, 인물과 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작가님은 육체는 집으로 숨고 정신은 책으로 도피한 현상인가?
책이 우리에게 집과 같은, 건축물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책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에는 중독이 있다.
이야기는 직설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본인의 삶을 우회적으로 예측하게 해 주거나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상의 나래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우리가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이야기를 읽는 건 도피와 피난이기도 하지만, 마음을 준비하는 것이다.
마치 집이 도피처이지만,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공간인 것처럼. 또 좋은 이야기는 지혜를 알려준다. 인물이 고난을 헤쳐나갔든, 실패했든 간에 처음과는 달라진 성장을 이룬다. 이는 책이 간접적으로 지혜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종이책은 완성 형태의 작업물이다. 저자, 편집자, 디자이너 등의 협업을 통해 단단한 물성을 가진 책이 완성되고 이는 안정감을 선사한다.
책은 처음과 끝이 있지만, 중간부터 읽어도 되고 도중에 읽지 않아도 됨으로 자유롭다.
불특정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져 있고 독자의 수에 제한이 없는 보편성을 가진다.
책을 읽을 때 우리는 혼자만의 감상에 빠져 독립성을 유지하지만 동시에 저자, 인물, 혹은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이는 독립적이면서 연대하고 있다는 신비로운 느낌을 가지게 한다.
책과 건축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야기하며 책이 가진 매력을 알려주는 강연이었다. 그리고 책의 가치를 모르는 이들은 절대 모를 수밖에 없으므로 가치를 알려주려는 노력과 설득을 포기하라는 말이 재밌었다.
시기적절한 강연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구성으로 진행되어 기대보다 좋은 시간이었다.
강화길, 윤고은 연사 / 서효인 사회 : 문학의 반걸음, 그 사이에서
강연 예매는 못했으나 오픈 부스에서 진행하는 윤고은, 강화길 작가님들의 토크도 들을 수 있었다.
독특한 소재와 뛰어난 상상력을 지닌 작가님들 답게 일상에서 영감을 받는 일화, 상상을 소설로 연결시키는 과정 등을 재밌게 이야기하셨다.
특히 윤고은 작가님이 일상에서 흥미를 느끼는 촉을 상상력과 가미시켜 ‘이게 될 수도 있잖아?’식으로 소설의 소재를 끌어오신다고 하셨다. 작가님의 소설과 에세이를 읽어보고 싶다.
‘음복’을 통해 전율을 느끼게 했던 강화길 작가님이 추천해주신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도 읽어봐야겠다.
사람이 많아 출판사 부스에서 책을 읽거나 행사에 참여하지는 못했으나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준비한 강연으로도 충분히 알찬 시간이었다.
이번 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부지런히 참여하여 팬인 작가님들을 실제로 만나 뵙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