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위해/영화

라라랜드 (La La land)

글몽인 2021. 11. 22. 15:11

 

출처 : 네이버 영화

한 영화를 여러 번 보는 스타일은 정말 아니다. 하지만 라라랜드는 적어도 세 번 이상은 봤던 것 같다. 처음 개봉했을 땐 갓 20살이 끝나가는 시점이어서 내용에 완전한 공감은 하지 못하였지만 이상하게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 

정확히 기억나는 건 처음 봤던 당시에도 나는 이 영화가 마냥 인물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미아와 세바스찬의 사랑의 끝이 결혼이라는 상투적인 결말이었다면 여운이 남진 않았을 거다. 사랑보단 꿈, 관계보단 개인에 집중하게 되는 매력적인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시간이 지나 이동진 평론가님의 <'라라랜드' 그 영화는 상영되지 않았다.> 영화평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본 라라랜드는 또 새로웠다.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은 각자의 홀로서기를 돕는 사랑이고,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둘보다 하나인 게 자연스러워지면서 소진된다. (예언처럼 다가오는 극 초반 장면에서, 남자의 충고에 따라 여자가 "이제 나도 오디션 집어치우고 역사를 쓸래요"라고 하자 남자는 말한다. "이제 내 역할은 끝났네요."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보면 새드엔딩이지만, 꿈에 대한 이야기로 받아들이면 결국 둘 모두 성공하게 되는 결말은 해피엔딩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꿈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고 역설하는 영화가 아니다. 꿈을 향해 달려가다 보면 관계는 망실된다고 암시하는 영화다. 선택이란 하나의 성취보다는 다른 하나의 포기를 의미한다고 읊조리는 영화다. <위플래쉬>에 이어 음악영화를 계속 만들면서도 음악(꿈)과 삶(관계)을 구분 짓고 끝내 양립 불가능한 것으로 그려내는 데미언 채즐의 비관주의는 기이하고 아프다.

"꿈을 향해 달려가다보면 관계는 망실된다고 암시하는 영화다." 한 줄로 정리된 평을 보니 괜스레 슬퍼졌다.

하지만 인생에서 서로의 존재는 '뮤즈'로 남지 않았을까. 꼭 사랑의 결실을 맺지 않았어도 가장 적합한 시기에 가장 필요한 서로가 있어 다음 스텝으로 각자가 잘 나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남기는 '여운'이 감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무대 위에서 미아가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세바스찬의 눈빛 만으로 이 영화는 반복해서 볼 만한 가치가 있다.

People love what other people are passionate about.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열정에 끌리게 되어있어. 자신이 잊은 걸 상기시켜 주니까.)

Where are we?
Just wait and see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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