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 4

B급 취향, 포항

포항에 이제 갈 일이 없어져 아쉬움에 쓰는 책방 겸 카페 리뷰 언제부터인가 독립 서점과 커피를 함께 파는 카페 형태가 많아졌다. 책은 구입 후 독서가 가능하고 책방이라는 분위기에 맞게 조용한 손님들이 주로 방문하는 것 같다. 좋은 공간 서칭에 특화되어 있는 언니 덕에 포항에 와서 굉장히 마음에 드는 공간을 발견했다. 수제 비건 디저트를 팔고, 키즈존이며 내가 좋아하는 책이 가득한 곳이었다. 아주 조그만 크기의 앤티크한 공간을 상상했는데 생각보다 외관이 넓고 모던한 느낌이 물씬 났다. 맛있어 보이는 디저트들이 카페 중간에 진열되어 있었다. 너무 달지 않는 담백한 디저트류를 좋아하는 나에겐 환상의 메뉴들이었다. 내부 또한 나의 예상보다 훨씬 넓어 답답하지 않았다. 이전에 업로드한 포항의 '오후애' 카페와 마..

훼이보릿(favorite coffee), 광주

좋아하는 공간을 정리하다 보니 새삼 '따뜻한' 분위기가 나는 곳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아! 이게 내 취향이구나를 느끼고 있다. 언제부터 나만의 카페 취향이 생겼지를 회상하다 보니 광주 전남대 앞의 '훼이보릿 커피'가 생각났다. 2018년, 20대 초반만 해도 나는 돈을 쓸 줄 모르는 학생이었다. 공부는 도서관, 음료는 물로 카페는 친구들을 만날 때만 잠깐 가는 그런 곳이었다. 처음으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행복한 거구 나를 느낀 공간이 바로 훼이보릿 카페였다. 처음엔 스콘이 맛있어서 친구랑 들리다가, 과제를 하러 가다가, 나중엔 일정이 없을 때면 책과 일기장을 들고 혼자 가기 시작했다. 연고 없는 곳에서 4개월간 사는 동안 훼이보릿 카페는 나의 방이었고 나의 안식처였다. 조용히 취미생활을 즐..

브라운 슈가 (Brown Sugar), 대구

카페는 그냥 친구 만나는 곳, 공부하러 가는 곳, 기프트콘을 쓰러 가는 곳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나의 관점을 바꿔준 친구가 있다. 진지하게 커피를 음미하고 누구보다 카페가 주는 공간을 잘 즐기는 그런 친구이다. 우리의 첫 만남에서 친구가 아무나 데리고 가지 않는 자신의 단골 카페를 소개해주었다. 핫플레이스의 카페라기보단 동네 커피집이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릴 곳 같았던 이곳이 바로 브라운 슈가였다. 어떤 단어보다 '편안함', '아늑함'을 좋아하는 나에게 낯설지 않고 안락한 기분을 주는 브라운 슈가의 첫인상은 따뜻했다. 기본 아메리카노는 산뜻한 맛이 나서 개인적인 취향에 잘 맞았고, 디저트도 일품이었다. 첫 방문 이후 자주 들리게 되었다. 대구의 시내라고는 할 수 없는 조금 거리가 있는 대봉동에 위..

미엘레종(miellaison), 대구

수많은 카페가 있지만 내 마음에 드는 단골 카페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공간, 맛뿐만 아니라 적당한 사람들로 인한 너무 소란스럽지 않은 분위기가 필요한데 어려운 조건이다. 사람들이 몰리는 순간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어 방문한 카페는 얼른 자리를 피해주어야 하는 전시장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가장 번잡하기로 유명한 대구 동성로 무대 근처 골목에 유유히 한적함을 유지하는 한 카페가 있다. 구운과자를 굽고 핸드 드립을 내리며 공부하는 사람들과 수다를 떠는 사람들의 비율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곳인, 미엘레종이다. 깔끔한 인테리어에 곳곳의 식물들이 배치되어 평화로운 느낌을 연출해준다. 개인적인 취향과도 맞는 음악이 흘러나와 여러모로 다 마음에 드는 카페이다. 커피도 맛있지만 이 카페엔 구운과자를 먹으러 수없이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