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4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친구는 불륜 미화라는 느낌을 받아 이 영화에 평점 1점을 주었다. 나는 4.5점을 매겼다. 짧은 머리에 쨍한 원피스를 입은 마고는 정말 사랑스럽다. 매일 둘만의 장난으로 아침을 맞이하는 마고와 남편 루는 다정해 보인다. 하지만 어딘가 위태로워 보이고 깨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두려운 느낌을 두려워하는 마고는 매일 불안을 느끼고 남편의 눈치를 살핀다. 착하고 푸근한 루는 부부 관계에도, 본인의 일에도 열심히지만 마고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옆집에 사는 대니얼은 이 부부의 관계에 파장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못해 지나친 자극적인 남자이다. 마고를 완전히 공감하지 못해도 마고의 시선으로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공감되는 순간들이 곳곳에 나타난다. 설렘, 흥분, 떨림이 필요한 그녀에게 대니얼이라는 새로움은 그녀의 남..

비포 선셋 (Before Sunset)

남아도는 게 시간이었던 휴학 시절, 영화 볼 시간이 많았다. 당시에 넷플릭스에 비포 시리즈가 다 들어와 있어서 하루에 한 편씩 선라이즈, 선셋, 미드나잇을 보았다. 그때는 설레고 낭만적인 선라이즈가 가장 기억에 남았었다. 줄리 델피가 황금빛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기차에서 책을 읽는 장면이 너무 예뻐 배경화면도 해두었었다. 어리고 활기찼던 미국 남자 제시와 프랑스 여자 셀린의 로맨틱한 운명은 6개월 후의 만남을 기약하며 막을 내렸다. 그로 9년 후, 프랑스 파리에서 이들은 재회한다. 사실 강렬했던 선라이즈와 현실감 넘쳤던 미드나잇 사이에 있던 선셋은 처음 봤을 당시에 인상 깊지는 않았다. 요즘 관심사가 프랑스에 있어서 이것저것을 찾아보다 불현듯 프랑스 파리가 배경이었던 이 영화가 생각이 났고 금요일 밤에 다..

라라랜드 (La La land)

한 영화를 여러 번 보는 스타일은 정말 아니다. 하지만 라라랜드는 적어도 세 번 이상은 봤던 것 같다. 처음 개봉했을 땐 갓 20살이 끝나가는 시점이어서 내용에 완전한 공감은 하지 못하였지만 이상하게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 정확히 기억나는 건 처음 봤던 당시에도 나는 이 영화가 마냥 인물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미아와 세바스찬의 사랑의 끝이 결혼이라는 상투적인 결말이었다면 여운이 남진 않았을 거다. 사랑보단 꿈, 관계보단 개인에 집중하게 되는 매력적인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시간이 지나 이동진 평론가님의 영화평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본 라라랜드는 또 새로웠다.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은 각자의 홀로서기를 돕는 사랑이고,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둘보다 하나인 게 자..

영화의 취향 (프롤로그)

취향을 이야기할 때 영화는 빠질 수 없다. 종종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열거하면 누군가는 '로맨틱' 영화를 좋아하는구나, '드라마' 장르만 보는구나, 하고 뭉뚱그려 표현하곤 한다. 그리고는 영화의 예술성을 잘 모르는 대중적인 사람으로 단정 짓는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대중성과 예술성은 무엇이고, 어떤 기준으로 나누어지는 걸까? 나아가 취향에 있어 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르를 선호하면 자기만의 취향이 뚜렷이 없는 사람이 되는 걸까? 하지만 같은 영화를 봐도 사람에 따라 꽂히는 장면, 느끼는 바, 깨달은 점은 무수히 다양하다. 고로 단순히 영화 취향을 '로맨틱', '스릴러' 등으로 국한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우리가 처음 만난 사람과 쉽게 이야기 물꼬를 틀 수 있는 주제 중 단연 편한 건 영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