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극히 주관적인 전시 후기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4월 17일까지 열리는 <아이 웨이웨이 : 인간미래> 전시를 보고왔다.
아이 웨이웨이가 작가의 이름인지도 몰랐던 상태로 입장한 전시에서 첫 그림부터 이목이 집중되었다.
전 세계의 명소, 유명한 공간에 중지를 떡하니 올려둔 사진들인 <원근법 연구, 1995~2011>는 이 작가의 심상치 않음을 처음부터 보여준다. 권위적 공간에 대해 비웃는듯한 그의 손가락 욕이 개인의 자유로운 표현을 아낌없이 느끼게 한다.
쓰촨성 대지진 당시 아이 웨이웨이가 시민 조산단과 활동을 했던 블로그가 중국 정부에 폐쇄 당하고, 재판에서 경찰에게 연행되기 직전 기록한 <조명(lllumination)>은 부당한 상황을 생생하게 기록하여 보는이로 하여금 그의 상황을 강렬하게 인식할 수 있게 한다.
내 목소리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내가 문장을 만들 때마다, 얼마나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목소리를 내어 왔을까 생각한다. 그들은 고작 숫자로 기억될 뿐이다. 많은 경우, 그 숫자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내 삶을 존중해야 하고, 표현의 자유는 내 삶의 일부다. 결코 나 자신을 침묵시킬 수 없다.
- 표현의 자유 (Freedom of Expression)
6전시실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벽면에 <라마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파카인 동물>이란 작품이 붙여져있다.
호화로워 보이는 금빛 장식처럼 보이지만 그림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감시카메라와 트위터를 상징하는 새, 그리고 수갑으로 그려진 문양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체제 속에서 항상 감시당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기발하면서 섬뜩한 작품으로 느껴졌다.
그 외에도 전통적인 화병에 형형색색의 페인트를 칠한 <색을 입힌 화병들>, <코카콜라 로고가 있는 신석기 시대 화병>과 같은 도자기 작품들을 보면 그가 역사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다.
나는 사람들에게 비판적인 시각으로 과거를 바라보라고 권한다. 우리는 '역사는 위대하고도 위대하다' 고 배우지만, 사실 철학과 윤리적 측면에선 그 누구보다 빈곤하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과거에 너무 얽매이지 않도록 사람들의 의식을 제고하고자 한다.
만약 어느 국가가 과거를 마주하지 못한다면, 그 국가에는 미래가 없다.
-역사, 역사적 순간, 미래 (History, The Historical Moment, and the Future)
7전시관까지 연결된 중요 작품 주제 하나가 난민에 대한 그의 따뜻한 관찰과 표현이었다. 다양한 난민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는 작품 하나 하나를 집중해서 보고싶게 만들었고, 이도메니 난민캠프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남겨진 옷과 신발들을 모아 깨끗하게 세탁한 후 쇼룸처럼 전시한 <빨래방> 작품은 보는 순간 숨을 막히게 했다.
전시되어 있는 물품의 주인은 지금 과연 살아 있을까? '난민'이란 제 3자의 입장에서 뉴스 화면을 통해서만 바라보았기에 이들의 옷과 신발이 눈앞에 펼쳐지니 매우 가깝게 그리고 잊을 수 없게 만들었다.
파랗고 예쁘게 나열되어 있는 청화 백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난민들의 삶을 하나하나 그려냈다. 마냥 바다처럼 보이는 파도 위에는 난민들이 타고 있는 보트가 담겨 있고, 총을 가진 군인과 맞닥뜨린 난민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난민들이 직접 입었던 구명조끼로 만든 <구명조끼 뱀>은 성인이 입었던 큰 구명조끼로 얼굴이 시작되고 꼬리로 갈 수록 작아지는 구명조끼는 아이들이 입었던 것이다. 용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던 화가가 실제로 용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 자신이 그렸던 것은 뱀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중국 고사를 본 떠
[우리는 난민, 인권 등 거대한 사회문제에 대해 스스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곤 하지만, 그 확신에 작가는 작품을 통해, 우리 스스로가 정말 잘 알고 있는지에 대해 묻는다] -현장 프리뷰 中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어떤 상징적인 것이 되었다. 뒤샹 이후, 나는 예술가가 되는 것은 물건을 만들기보다 라이프스타일과 태도를 가지는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예술가란 어떤 마음가짐,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을 지닌 사람이다. 이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사람을 지칭 하지 않는다.
나의 태도와 삶의 방식이 내게 가장 중요한 예술이라 생각한다.
- 예술과 행동주의 (Art and Activism)
유쾌할 땐 유쾌할 줄 알고, 진중할 땐 진중할 줄 아는 가벼우면서 무거운 예술가의 전시였다.
공권력이 지배한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낼 줄 아는 아이 웨이웨이의 태도가 담대했고 세계 저편에 여전히 분투중인 난민과 탄압되고 있는 인류를 주목하는 시선이 따뜻했다.
전시 제목 '인간 미래'는 그의 예술적 화두인 '인간'과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결합한 것이다.
아이 웨이웨이의 삶과 예술은 존엄한 인간으로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기쁨과 분노를 표현할 수 있는 삶을 누려야 하며 또 그런 삶을 지금부터 앞으로 올 미래 세대까지 모든 타인들이 함께 누리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화하며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분노하는 것, 그것이 아이 웨이웨이가 추구하는 삶의 의미이자 예술의 성취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해설
*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현재, 아이 웨이웨이의 전시가 더 깊은 감정을 느끼게 해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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