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위해/전시

게티 이미지 사진전: 세상을 연결하다

글몽인 2022. 3. 28. 18:15

* 지극히 주관적인 전시 리뷰입니다.

워터마크를 벗고 온라인 세상을 벗어난 이미지

게티 이미지는 8,000만 점의 이미지 및 5만 시간 동영상, 10만 곡 이상의 음악을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고 있는 사진 대리점이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사진 아카이브를 구성하고 있는 게티 이미지라는 조직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미지와 영상매체를 보관하는 아키비스터(archivist)의 역할을 해온 게티이미지의 대규모 기획전시를 기간 내에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번에는 큐피커의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감상을 하였고 사진전이라 이해하기 수월했다.


Section 1 : 아키비스트의 저장고

4억 개가 넘는 이미지 기록물 보관소로서 게티이미지의 방대한 아카이브와 컬렉션 중 일부를 소개한다.

미리 이야기를 하자면, 섹션 5개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전시였다. 사진은 현재를 포착하기도 하지만 과거를 남기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겐 기록물 보관소의 섹션 1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과 설명이 많았다.

픽처포스트 힐튼 아카이브 버트 하디(Bert Hardy)

버트 하디는 눈 앞의 상황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뒀기 때문에 전쟁피해를 복구하고자 애쓰는 영국 사회화 그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객관적으로 그려내었다.

<이스트엔드의 사제> (사진 속 오른쪽) 를 보면 전쟁 중 폐허가 된 집터 위에서 구호품을 챙기고 있는 사제와 그를 돕고 있는 어린 소녀를 볼 수 있다. 위험 속에서도 사제를 도우려는 어린 소녀를 허리 숙여 바라보고 있는 사제의 모습이 사진 속에 포착되어 있어 울림이 있는 사진이다. 

<전시 종착역> (사진 속 왼쪽)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런던의 기차역에서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에게 작별을 고하고 있는 사진이다. 두 사진 모두 전쟁 중이라는 배경이 카메라 렌즈를 통해 담겨 있어 기록 역할을 하는 사진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도밍고 로렌초 신부와 처형되기 직전의 남성

처형되기 직전에 신부 앞에서 십자가상을 들고 무릎을 끓고 있는 인물의 눈빛이 너무 애절하고 절실해 보여서 사진 앞에서 오래도록 머물러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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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하고 반가운 작품들도 많았지만, 내 눈을 끄는 사진들은 항상

르포 사진과 내가 겪어보지 못한 상황을 생각하게끔 하는 작품들이다. 모든 삶이 나의 환경과 내 주변으로만 꽂혀 있을 때 다른 환경을 보여주는 사진 한 장의 힘은 매우 크다.


Section 2 : 현대르포의 세계

사진 촬영이 불가한 섹션이었던 현대 르포의 세계에는 세계 유수의 보도사진전을 수상한 사진기자들의 현대 르포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아프리카, 아프가니스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일어나는 전쟁 상황 혹은 사회 속에서의 르포 사진은 안타까움과 무거운 마음을 느끼게 만든다.


Section 3 : 기록의 시대

20세기부터 현재까지 시간의 흐름 속 각 시대상을 특정 주제를 통해 전시해 둔 섹션이다.

한 주제에 관한 사진들이 시간 순서대로 볼 수 있어 이해가 쉽다.

어느 새벽의 프랑스와 독일 대표단 모임

어떻게 보면 몰카인 사진인데 대표단들의 피곤하고 지친 모습을 현장 포착한 사진이라 재미를 준다.

테러의 한 순간을 포착하는 시선들

그림이 표현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면, 사진은 현장의 생동감을 느끼게 해주어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Section 4 : 연대의 연대기

데칼코마니를 방불케 하는 다른 사진 두 점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해 되풀이되는 역사를 돌아보고 인류애와 평화정신 등 변하지 않는 보편적 가치를 되짚어 보는 섹션이다.

전시들 중에서 가장 기획이 좋다고 느낀 섹션이었다.  시대와 나라는 다 다른데도 비슷한 순간이 반복되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한편으론 역사는 항상 발전되고 진보하지 않구나,

우린 실수를 반복하고 그 실수를 또 반복할 수 있는 인류 들이는구나를 느끼게 한다.


Section 5 : 일상으로 초대

중요한 사회 사건을 포착한 사료적 가치가 있는 사진 못지않게 일상의 경험과 순간을 ㅎ대폰 카메라에 담는 거 ㅅ역시 삶의 기록 중 일부가 되었다. 이번 섹션에서는 사상 초유의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잘 이겨내고 있는 모두를 위한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미디어월을 통해 전달한다. 일상을 잃어버린 지난 2년의 기록과 더불어 이제는 너무나도 소중해진 일상 속 기억을 더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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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하나로 일상에서의 사진을 엮어 만든 마지막 미디어월 섹션도 기획 아이디어가 빛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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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에필로그 섹션에서는 게티이미지 사진전에서 보았던 모든 사진들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해 두었다. 설명에 집중한다고 사진 감상을 놓쳤던 몇몇 사진들도 다시금 볼 수 있어 사려 깊고 깔끔한 공간이라고 느꼈다.


제대로 된 사진전을 매우 오랜만에 감상하였다.

'기획' 전시라는 말에 알맞게 다양한 아이디어로 섹션들이 꾸며져 있어서 흥미로운 사진전 이었다.

이전 러시아 아방가르드 전시에서는 미술에 대한 흥미오디어 가이드의 매력을 느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의 가치전시의 기획력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전시회를 가는 것이 그저 문화생활을 위한 수단이 아닌, 새로운 분야에 대한 탐구와 공간을 기획하는 아이디어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명성있는 사진을 쉽게 감상할 수 있었던 '게티이미지 사진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