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극히 주관적인 전시 리뷰입니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4월 17일까지 열리는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전시를 보고 왔다. 미리 말하자면 나는 미술작품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없다. 그래서 칸딘스키도, 말레비치도 모두 처음 듣는 이름이었고 러시아 예술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전시전 이름에서 나에게 익숙한 단어는 '아방가르드'뿐이었다. "와, 이거 완전 아방가르드 하네~"는 말을 썼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야 본 어원의 뜻이 궁금해 검색해 보았더니
아방가르드란 예술, 문화, 사회에 대한 실험적이거나 급진적이거나 비정통적인 작업과 작가 모두를 이르는 말이고 종종 미적인 혁신과 생경한 거부감으로 규정되기도 한다.
특히 문화적인 영역에서의 규범이나 현상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운동이다.
개인적인 언어로 표현하자면, 기존에 익숙한 것과 다른, 차별화된 급진성이 보이는 것들을 '아방가르드'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로 처음 부딪혀 본 전시전이자 '러시아' 예술전이기에 오디오 가이드를 구입하여 작품을 감상하였고 이제훈 배우의 나긋한 목소리와 차분한 설명이 진행되니 개인적으로 추천한다.
개요
1917년 러시아 혁명 당시' 미술의 혁명'을 일으킨 아방가르드 작품은 스탈린 집권 이후 퇴폐 미술로 작인 찍혀 종식을 고했고 소비 에이트 연방이 해최되니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하여 현재는 20세기 현대미술, 건축, 디자인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예술 경향으로 평가된다.
1. 아방가르드 태동
70점이 넘는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에서 사진을 찍게 되는 작품은 두 가지로 분류된다.
1. 작품 해설을 듣다보니 의미가 좋아 진득하게 간직하고 싶을 때
2. 표면적으로 이미지에서 주는 분위기가 좋아 눈길을 끌 때
위 작품은 후자에 해당하는 작품이었다. 좋아하는 색감과 깔끔한 표현방식이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듯한 느낌을 주었고 결국 엽서도 이 작품을 사게 되었다. 역시 작품의 기호는 취향이 큰 차지를 한다고 생각한다.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작품이었다. 가이드 해설에 따르면 어설퍼 보일 정도로 단순화된 형태와 함께 의도적으로 무신된 원근법, 그리고 붉은 바다와 노란 하늘은 비현실적인 색상으로 표현되어 있다고 한다.
즉, 기존의 미술 형식을 파괴하는 라리오노프의 의도가 반영된 혁신적 시도가 엿보인다.
서구 미술에서 가장 이상적인 아름다움으로 표현되는 비너스를 라리오노프가 표현하면, 전통성이 무시된 투박하면서 개성 있는 비너스로 재탄생한다. 이 작품은 작가가 기존의 미술에 대한 관념과 미의식을 비꼬고 비틀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해석한다.
언뜻 보면 위 작품과 인물의 포즈와 얼굴 표현법이 닮아 보여 아방가르드 미술 초기의 작품의 한 특징인가 싶었다. 을가 로자노바의 작품은 신원시주의적 화풍의 절정을 이루는 작품이라고 한다.
신원시주의
: 러시아의 전통 민속 미술의 부흥을 꾀하며 독자적 화풍을 추구하는 경향.
소파, 꽃병, 여인 등 한 프레임 안에 많은 대상이 등장하고 푸른색, 녹색, 오렌지색 등 강한 색들이 담겨있지만, 묘하게 조화롭고 부담스럽지 않아서 신기한 기분을 들게 한 그림이었다.
아방가르드 태동의 미술 작품이 보이는 미술적 특징이 이 작품으로 좀 더 분명해졌다. 여인이 등장하고 이들의 얼굴은 웃음기 하나 없다. 어쩌면 익숙하지 않았던 러시아 여인들의 얼굴 특징을 초상화를 통해 알게 된 것 일수도.
작품 해설에 따르면 우측 작품은 1910년대 초에 그려져 '배경이 특징적 평면성과 장식성이 돋보여 주인공 여인의 입체감과 대비'되고 1918년에 그려진 좌측 작품은 자연주의에 영향을 받은 작가가 배경에 공간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설명을 듣고 다시 보니 두 작품은 닮아 보이면서도 배경의 평면감과 입체감의 차이로 다른 느낌이 느껴져 신기했다. 여인의 얼굴에도 거울에 있는 여인에 색감이 더 부여해 생동감 있어 보인다.
2. 구상에서 추상으로
작품을 보았을 때 크게 낯설지 않으면서 표현 기법에서만 느껴지던 아방가르드의 느낌이 제 2파트로 넘어가면서 확연한 추상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베흐테예프가 유럽에서 활동하며 익힌 최신 미술 경향인 후기 인상주의부터 상징주의, 표현주의, 야수주의, 그리고 입체주의와 미래주의와 같은 다양한 사조들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각 사조들의 특징을 알지 못하지만 작품에서 보이는 강렬함과 폭력성은 진취적인 느낌을 준다.
부엌이라는 이름을 알고 바라본 작품은 '부엌'이라는 공간을 작가의 방식대로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보고 해체하여 재조합시킨 듯하다.
다양한 시점과 형태의 배치를 통한 역동성은 입체미래주의 작품들이 지닌 가장 큰 특징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우달초바의 작품 성향이 스탈린 정권 이후에 변화하게 되는데,
다른 작품들을 본다고 전시 후반에 작가의 작품들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 전시를 보러 갈 분들은 스탈린 정권 이후 우달초바의 변화하는 작품 성향을 확인해 보았으면 한다.
(러시아 아방가르드 영화 파트는 생략)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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