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지에서 좋았던 말과 글을 옮겨 적었습니다. 이도 '무단 전재와 무단 복제'로 해당된다면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감성, 깊이, 그리고 재미까지 다 잡은 잡지 중 하나가 'Around 어라운드' 매거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발행하는 이 라이프 스타일 종이 잡지가 지금 시대에 하나의 희망 같아 보인다.
취미생활을 다룬 81호를 구입해서 읽어 보았다. 다양한 콘텐츠와 재밌는 글이 많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목적 없이 순수하게 마음을 다해 좋아하는 일이 있나?" 이 물음에 바로 답을 한다면 당신은 이미 여가를 잘 보내고 있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매일 출근하고 퇴근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생존을 위한 일이 아닌, 스스로 좋아서 꾸준히 하는 일을 우리는 취미라 부른다. (...)
혼자든 같이든 아름다운 것에 열광하며 좋아하는 것을 늘려가는 삶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건강한 마음을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 편집장의 말 중
김겨울 작가 / 북튜버
"사람들은 이제 쓸모없는 일들을 안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그럴 여유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독서도 쓸모가 있어야 하고, 취미도 스펙이 되길 바라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사람이 쓸모만 가지고는 살 수가 없어요. 우리가 이 삶의 모든 순간을 그렇게 치환하기 시작하면 삶이 너무 힘들어지고 마음이 매마르는 것 같아요.
요즘 시대는 우리가 어떤 것에 매달리거나 귀속되고 싶도록 만드는데요. 그렇지 않은, 순수한 시간으로 삶에 윤기를 더하는 활동이 취미라고 생각해요. 좀 더 거창하게 말하자면 '내가 인간이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는 활동"
생산적이지 않은 일, 쓸모없는 일을 할 때야 비로소 인간이다.라는 독일 명언이 생각나는 인터뷰였다. 김겨울 작가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양다솔 작가
"제가 '말은 기뻐야 힘이 나고 글은 슬퍼야 깊이가 있다.'라고 했지만, 진짜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슬픔도 휘발시키고 글을 진짜 잘 쓰면 기쁨도 같이 깊어질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저 혼자만의 취미가 인생의 낙을 넘어 더 재미있는 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좀 즐거워요. 근데 사실, 이런 건 진정한 취미가 아니에요.
남이 알아주지 않는 거야말로 진정한 취미가 되는 것 같거든요. 누군가 '이 사람은 이걸 이렇게 즐기네.'라고 알아채는 순간부터 순수한 취미는 아니게 되는 것 같아요. 적어도 저한테는요. 지금 제 취미는 직업이 되었고, 더 큰 세계로 나가는 것 같지만 취미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엔 변함없어요.
'무용함이 핵심이다.' 그러니 저는 아마 또 조용히 순수한 취미를 만들지 않을까요? 누가 알아주지 않는 상태, 그런 순수한 취미를 계속 열망할 테니까요."
양다솔 작가의 책과 인터뷰를 읽으며 참 재미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보이차를 마시고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고 자신이 가진 모든 취미에 매우 진심인 사람. 김겨울 작가와 비슷한 결로 무용함에 대해 이야기를 해서 인상 깊었다.
고예림 작사가
"내적인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일이어서 전시하기 쉽지 않아요. '내가 어떻게 보일까.' 하고 외부를 인식하면 깨져버리는 것 같아서요. 남을 생각하면 온전한 내 것을 찾기가 힘들어져요.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걸 찾고 싶다면, 내가 이걸 좋아한다는 걸 아무도 몰라도 된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해요. 이렇게 말할 기회가 생긴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반드시 공유해야 할 필요는 없거든요.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거라면 작은 것도, 부끄러운 것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양다솔 작가와 비슷한 맥락으로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공유하지 않아도 좋아하서 하는 것이 이들이 말하는 '취미'라는 생각이 든다.
소로 셰프 / 여행자
" '소로소로'는 우리말로는 '살살', 일본어로는 '천천히, 조용히'라는 뜻이 있어요. 이 단어의 의미가 제가 살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정하게 됐죠. (...)
느리게 가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 돈은 조금 벌더라도 마음이 편안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새로운 요리를 할 때, 새로운 여행지로 떠날 때, 잘할 수 있을까 머뭇거리게 되잖아요. 결국 용기를 내서 해냈을 때 그 성취감과 짜릿함이 저는 다른 것과는 비교가 안 되게 너무 좋아요. 그리고 자유롭다는 거요. 여행과 요리는 무척 자유로워요. 내 마음대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게 최고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대신 책임이 따른다는 점도 여행과 요리의 같은 점이고요."
소로님의 인터뷰를 읽고 당장 원주 숙소를 잡고 식당 예약을 진행했었다. 여행자의 요리가 너무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약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잠깐 휴식을 취하시는 [소로 여행자의 집]은 아직 가지 못하였다. 꼭 다음 달에는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라운드 잡지를 읽으며 '피아노 조율사' 님의 블로그를 이웃 추가했다. 로컬 맛집을 다니셔서 그런가 올리시는 게시물들에 신뢰가 정말 잘 간다.
에디터 K, 김건태 에디터님의 짧은 글에 현혹되어서 이 분의 인스타는 없나 찾아보기도 했다.
"일면식도 없는 타인의 눈물을 견디고, 친근함을 가장한 무례를 감당하기에는 내 그릇이 작았다. 그러고 보며 이제껏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해 나는 잘 알지 못한다.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연락도 하지 않는다. 그저 행복한 순간을 함께한 얼굴들을 추억하며 희미하게 웃을 뿐이다.
서로를 깊이 알려고 하지 않는 것. 오늘 만나도 내일 떠날 수 있는 자유가 있어, 당신과는 딱 하루 정도의 관심만 주고받겠다고 합의하는 관계. 그래서 다시 취미가 무어냐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조금 더듬거리며 '여행.. 이려나?' 하고 대답할 테다.
사실은 그보다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그건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다. 관심받고 싶은 마음과 관심에서 멀어지고 싶은 마음, 그 미묘한 구분을 온전히 설명할 방법이 내게는 없다."
-김건태 [딱 하루만큼의 관계] (오늘 사랑하고 내일 헤어지는 여행. 내겐 그런 취미가 필요하다.)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답게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매력적인 사람들의 말과 글이 가득한 잡지는 책과 다른 매력이 있다.
그림, 인터뷰, 글, 추천 등의 콘텐츠들을 하나의 주제로 촘촘히 이어 만드는 기획력도 보고 느끼는 재미를 선물해준다. 82호는 종이 잡지 클럽에서 읽어보았는데 이번 달에 나오는 83호도 기대가 된다.
Time to have me time인 나의 취미는 읽고 쓰기인 걸까?라는 물음으로 잡지를 완독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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