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강연 리뷰는 교수님의 강연 자료 및 요약 페이퍼에서 발췌한 내용으로 기록하였습니다.
두산인문극장 ‘공정’ 테마 강연의 마지막 강연자는 김원영 법률가/배우/작가님이었다.
이슬아 작가의 책으로, 백상예술대상 수상자로 알게 된 분을 실제 눈앞에서 보니 신기했다.
마지막 주제는 ‘비례적인 권리와 반비례적인 사랑’이었다.
‘사랑’과 ‘공정’은 도대체 만날 수나 있는 개념일까?
우리는 일상에서 우정이든 사랑이든, 누군가를 친밀한 관계의 대상으로 선택함에 있어 누구보다도 차별적으로 행위한다. 우리는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의 조건과 속성 등을 따져보는데, 그것은 공정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그런 행위에 대해 주로 개인적인 비판을 하지 공적인 담론의 주제가 될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
사랑이란 서로에게 모든 기회와 에너지를 쏟아 부을수록 더 뜨겁다. 사랑은 본래 차별적인 관심이다.
공정에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될지 몰랐다.
신선한 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사랑을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우리 헌법 평등원칙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만을 금지한다. 이러한 ‘합리적 이유’의 유무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할 때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비례성을 심사한다’고 표현한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 각각의 자격에 비례하여 차등대우를 하는 것, 이것이 자유주의 헌법의 평등원칙에서 근간을 이룬다.
<공정을 위한 척도의 재구성> 논의 파트에서 ‘국립발레단’ 단원 자격 요건에 대한 예시를 들었다.
직립보행이 불가능한 장애를 가진 사람이 발레단에 지원을 하여 떨어진 것을 보고 우리는 용인되는 ‘공정한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거에는 용인되지 않았던 시각장애인 판사가 현재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이는 IT 기술 발전과 시험제도에서 장애인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는 제도가 도입되기 시작하고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서 사법부는 시각장애가 있는 판사가 업무를 하는 데 필요한 보조인력, 사건 자료의 디지털화, 업무시간 조정 등을 제공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 판사가 사법부에서 활약하듯 미래에는 ‘걷지 못하는’ 발레리노가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과감하게 기존의 룰을 재구성함으로써 새로운 ‘공정의 기준’을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
재구성할 수 있는 공정의 기준에 대해 이야기하며 다시 사랑으로 주제가 돌아갔다.
철학자 매튜 크로퍼드는 우리가 타인과 진정으로 만나기 위해서는 개인이 가진 ‘우월한 것’에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개인으로서 보이기를 원하며 특정한 탁월성이나 기술을 연마함으로써 가치 있는 존재가 되고자 애쓴 바로 그 측면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우리 모두 구별되기 위해 애쓴다.”라고 한다.
우리가 누군가와 진정하고 진실한 관계를 맺기 위해 어떠한 경우든 지극히 차별적인 존재가 되고자 꿈꾼다는 것이다.
평등주의적 공감의식은 공정 영역에서 매우 필요하지만, 내밀한 개인적 사적 영역에서는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주의를 기울어서 아주 사소한 것일 수 있는 대상의 탁월함과 우월성에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어떤 대상을 사랑한다는 것은 비례성과 무관하게 차별적으로, 반비례적으로 특정인에게 바치는 열정을 의미한다.
도무지 마음이 내키지 않는데도 타인의 외모와 성격과 태도를 ‘평등주의적으로’, ‘공정하게’ 환대하는 것은 우정과 사랑이 아니라 타인의 개인성에 대한 무시에 가까울 것이다.
우리가 교육, 노동, 정치참여 등을 위해 필요한 권리는 차별 없이, 우리의 보편적인 시민권과 각자의 역할에 비례하여 할당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비례적이기보다는 지극히 사소한 탁월성을 터무니없이 크게 확대해서 마침내 한 개인의 고유성에 완전히 빠져들고 마는, 반비례적인 무엇일 것이다.
이슬아 작가님의 ‘깨끗한 존경’에서 김원영님이 하셨던 인터뷰가 떠올랐던 강연이었다.
사랑에 있어서 장애를 가진 (혹은 인종이 다른, 기타 등등) 대상에게 ‘평등주의적’ 관심으로 접근하는 건 사랑이 아닐 것이다.
대상이 지닌 탁월성에 매력을 느끼는, 반비례적인 무엇인가가 사랑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무대에 강한 배우님인 만큼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와 정확한 메시지 전달이 있어 재밌는 강연이었다.
그렇다.
사랑은 본래 차별적인 관심이다.
p.s) 무료로 양질의 강연을 들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두산아트센터가 또 다른 강연 프로그램을 기획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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