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위해 20

이승윤 콘서트 <도킹>

* 지극히 주관적인 공연 리뷰입니다.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간 콘서트는 이승윤 가수의 첫 단독 공연이었다. 사실 오랜 기간 좋아한 역사가 있어야 거금의 공연에 찾아가는 수고를 하는 편이다. (ex. 아이유, 잔나비)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관심을 가진 가수의 공연은 처음 가보았다. '첫' '단독' 콘서트라는 명칭이 오는 힘이 꽤 커서, 이승윤 가수의 떨리는 첫 시작을 함께 해보는 것도 가치가 있을 거라 여기고 예매했다. 주로 전국투어를 하는 가수가 내가 있는 지역으로 찾아와야지만이 가능했던 콘서트였는데 서울에서 단 2회만 진행하는 공연을 가보다니.. 앞으로 올림픽홀에 더 자주 오고 싶다. 입장과 동시에 느낀 이승윤 공연의 특별함은 관중석에 놓여 있는 팬클럽의 응원 지침이었다. 나에게 이승윤이라는 가수는 '..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 혁명의 예술展 (2)

* 지극히 주관적인 전시 리뷰입니다. 러시아 영화 전시를 지나면 드디어 4. '칸딘스키'와 '말레비치'의 작품들이 등장한다. 칸딘스키의 추상은 세 단계를 거치며 전개되었다. 무의식적으로 떠오른 이미지로 이루어진 '즉흥', 현실로부터 받은 자극을 형상화한 '인상', 그리고 즉흥과 인상으로부터의 얻은 여러 형태와 색채 그리고 이미지를 분석하여 재조합한 '구성'이다. 이러한 칸딘스키의 작품들은 감성에 기반한 추상이라는 점에서 표현주의적 추상으로 부른다. 즉흥 - 인상 - 구성에 몰두한 추상 표현주의 바실리 칸딘스키의 작품들 중에서 즉흥에 속하는 위 작품은 강렬한 색채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추상성이 뚜렷하게 표현된다. 작품 해석에 따르면, 나무와 숲, 사람, 석양의 하늘과 구름 등을 표현하였다지만 그저..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 혁명의 예술展 (1)

* 지극히 주관적인 전시 리뷰입니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4월 17일까지 열리는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전시를 보고 왔다. 미리 말하자면 나는 미술작품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없다. 그래서 칸딘스키도, 말레비치도 모두 처음 듣는 이름이었고 러시아 예술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전시전 이름에서 나에게 익숙한 단어는 '아방가르드'뿐이었다. "와, 이거 완전 아방가르드 하네~"는 말을 썼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야 본 어원의 뜻이 궁금해 검색해 보았더니 아방가르드란 예술, 문화, 사회에 대한 실험적이거나 급진적이거나 비정통적인 작업과 작가 모두를 이르는 말이고 종종 미적인 혁신과 생경한 거부감으로 규정되기도 한다. 특히 문화적인 영역에서의 규범이나 현상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운동이..

아이 웨이웨이: 인간미래

* 지극히 주관적인 전시 후기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4월 17일까지 열리는 전시를 보고왔다. 아이 웨이웨이가 작가의 이름인지도 몰랐던 상태로 입장한 전시에서 첫 그림부터 이목이 집중되었다. 전 세계의 명소, 유명한 공간에 중지를 떡하니 올려둔 사진들인 는 이 작가의 심상치 않음을 처음부터 보여준다. 권위적 공간에 대해 비웃는듯한 그의 손가락 욕이 개인의 자유로운 표현을 아낌없이 느끼게 한다. 쓰촨성 대지진 당시 아이 웨이웨이가 시민 조산단과 활동을 했던 블로그가 중국 정부에 폐쇄 당하고, 재판에서 경찰에게 연행되기 직전 기록한 은 부당한 상황을 생생하게 기록하여 보는이로 하여금 그의 상황을 강렬하게 인식할 수 있게 한다. 내 목소리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내가 문장을 만들 때마다, 얼마나 오랫동안..

심신 단련(이슬아 산문집)

회사에서 짬 날 때마다 전자책으로 이슬아 작가님의 [심신 단련]을 읽었고 지난 주말 수원에 가는 기차 안에서 [깨끗한 존경]을 읽었다. 1주일 만에 이슬아 작가님의 책을 두 권이나 읽을 수 있었던 건 그만큼 그녀의 책이 재밌었고 쉽게 읽히지만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일간 이슬아 수필집]의 시즌 투 버전인 이 책 또한 수수하지만 톡톡 튀는 작가님의 글솜씨가 돋보였다. 어떻게 일기같이 슥슥쓰는데 다양한 것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통찰하지? 사람에 대해, 사물에 대해, 하물며 자기 자신에 대해 고찰하는 깊이가 남달라서 너무 좋다. 이미지 하나 없는 글인데도 세련됨이 느껴진다. "계속해서 겸손하고 씩씩하게 살아가고 싶어 진다. 내가 모르는 것과 배워야 할 것이 세상천지에 널려있으니까. 편견도..

오래 준비해온 대답 (김영하)

반납 도서에 얹어져 있던 책이었다. 표지가 예뻐서 집어 들었다가 김영하 작가님의 이번 연도 신간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누가 뺏어가기 전에 얼른 대출을 했다. 작년에 재밌게 읽었던 '여행의 이유' 다음으로 오랜만에 작가님의 책을 읽게 되어 신났다. 소설가이지만 작가님의 산문집을 더 좋아하는 독자로서 여행기를 담은 이 산문집도 궁금했다. '시칠리아'는 사실 처음 들어 본 섬이였다. 이름 자체도 생소한데 이탈리아라니. 전혀 알지 못하는 섬을 이렇게나 가고 싶게 만들다니.. 특히 지중해에는 꼭 가보고 싶어 그리스 여행을 꿈꾸었던 나에게 시칠리아는 더 매력적으로 그려졌다. 삶이 지루해질 때 여행을 꿈꾸면 다시 삶에 애정이 생긴다. 아직 모르는 세상이 이렇게나 많은데.. 만날 사람들이 넘치고 넘쳤는데..라는 생각을..

독서의 취향 (프롤로그)

독서와 글쓰기는 오랜 나의 취미이다. 대학생이 된 이후부터 책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고 휴학 시절을 시작으로 완전히 취미로 자리 잡았다. 책만 읽어서는 내용이 빨리 휘발된다는 것을 느껴 블로그에 기록을 해오던 게 차곡차곡 모여 어느새 네이버 블로그에는 책 리뷰만 168건이 넘게 되었다. 책은 나에게 오락이자 피난처이다. 영화로, 유튜브로 채워지지 않는 재미는 무조건 책에서 찾는다.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주기도 하고 SF라는 장르는 상상의 폭을 자유자재로 넓혀준다. 박완서 작가님의 소설을 읽을 때면 한국문학의 아름다운 표현에 놀라워하고 알랭 드 보통 책을 읽을 때면 날카로운 분석력에 무릎을 치기도 한다. 감정이 가라앉아 우울감으로 허덕일 때는 인공호흡기로 책을 찾는다. 놀랍게도 소설이든 에세이든 그 시기의 나..

비포 선셋 (Before Sunset)

남아도는 게 시간이었던 휴학 시절, 영화 볼 시간이 많았다. 당시에 넷플릭스에 비포 시리즈가 다 들어와 있어서 하루에 한 편씩 선라이즈, 선셋, 미드나잇을 보았다. 그때는 설레고 낭만적인 선라이즈가 가장 기억에 남았었다. 줄리 델피가 황금빛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기차에서 책을 읽는 장면이 너무 예뻐 배경화면도 해두었었다. 어리고 활기찼던 미국 남자 제시와 프랑스 여자 셀린의 로맨틱한 운명은 6개월 후의 만남을 기약하며 막을 내렸다. 그로 9년 후, 프랑스 파리에서 이들은 재회한다. 사실 강렬했던 선라이즈와 현실감 넘쳤던 미드나잇 사이에 있던 선셋은 처음 봤을 당시에 인상 깊지는 않았다. 요즘 관심사가 프랑스에 있어서 이것저것을 찾아보다 불현듯 프랑스 파리가 배경이었던 이 영화가 생각이 났고 금요일 밤에 다..

라라랜드 (La La land)

한 영화를 여러 번 보는 스타일은 정말 아니다. 하지만 라라랜드는 적어도 세 번 이상은 봤던 것 같다. 처음 개봉했을 땐 갓 20살이 끝나가는 시점이어서 내용에 완전한 공감은 하지 못하였지만 이상하게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 정확히 기억나는 건 처음 봤던 당시에도 나는 이 영화가 마냥 인물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미아와 세바스찬의 사랑의 끝이 결혼이라는 상투적인 결말이었다면 여운이 남진 않았을 거다. 사랑보단 꿈, 관계보단 개인에 집중하게 되는 매력적인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시간이 지나 이동진 평론가님의 영화평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본 라라랜드는 또 새로웠다.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은 각자의 홀로서기를 돕는 사랑이고,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둘보다 하나인 게 자..

영화의 취향 (프롤로그)

취향을 이야기할 때 영화는 빠질 수 없다. 종종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열거하면 누군가는 '로맨틱' 영화를 좋아하는구나, '드라마' 장르만 보는구나, 하고 뭉뚱그려 표현하곤 한다. 그리고는 영화의 예술성을 잘 모르는 대중적인 사람으로 단정 짓는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대중성과 예술성은 무엇이고, 어떤 기준으로 나누어지는 걸까? 나아가 취향에 있어 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르를 선호하면 자기만의 취향이 뚜렷이 없는 사람이 되는 걸까? 하지만 같은 영화를 봐도 사람에 따라 꽂히는 장면, 느끼는 바, 깨달은 점은 무수히 다양하다. 고로 단순히 영화 취향을 '로맨틱', '스릴러' 등으로 국한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우리가 처음 만난 사람과 쉽게 이야기 물꼬를 틀 수 있는 주제 중 단연 편한 건 영화 이야기다...